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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랑 본능
작성자
조*표
등록일
2024.09.19
조회수
467

    어릴 적 마음껏 들로 산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냈다. 그런 추억 때문인지 지금도 깊은 산속이나 인적이 뜸한 곳에 가면 소변을 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글도 지하철이나 기차에서 잘 써진다. 덕분에 기차 여행할 때 빈자리를 계속 옮겨가는 메뚜기 수법까지 터득했다. 그래서인지 입석이 두렵지 않다. 지금이야 좌석제지만 예전에는 그것도 꿈과 낭만이라고 할까? 이 방법을 사용하려면 뻔뻔해야 한다는 선행 조건이 있다.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여 낯선 사람과도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장거리 여행도 금방 도착한다. 상대방을 믿고 인심이 넉넉했던 시절에나 가능했던 일이다. 지금은 아름다운 추억의 한 페이지로만 간직하고 있다. 기차 여행을 고집하게 된 이유는 장이 안 좋은 이유도 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있다. 봉고차 한 대로 직원 여행을 갔는데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 금방 신호가 온다. 어찌나 급했던 지 100M 달리기 선수보다 빨리 산을 향해 뛰었고 직원들은 재미있다며 웃는데 정말이지 대략 난감하다.


  멋진 글을 쓰기 위해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느껴보려고 찜질방과 고시원에서의 특별한 유랑 경험은 지금도 생생하다. 연예인도 아닌 교사지만 지인이 많다는 것은 큰 단점이다. 술과 사람을 좋아해서 회식이란 회식은 꼬박 참석하고 시민 사회 단체 활동을 열심히 한 게 원인이다. 이런 곳에서는 제발 모른 척하면 좋으련만 홀라당 벗고 있는 탕에서도 인사를 하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마주할 때면…

  고시원은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정도의 미니 침대가 전부였고 밥은 밥통에 있어 반찬만 있으면 된다. 어느 날은 녹차 맛이 궁금하여 찻잎 몇 개를 넣는데 고향의 풀 냄새와 흡사하다. 순간 시상이 떠 올라서 빛의 속도로 써 내려갔는데 운 좋게도 설록차 문학상에 당선되었다. 고시원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노래는 잘 못하는 편이지만 지인들과 한잔하고 부르는 애창곡은  <저 하늘 별을 찾아>다. 가사가 유랑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어 충분한 공감이 된다.

 

  대학 시절, 자율 휴강하고 친구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대학가와 가깝고 상호까지 마음에 쏙 들어 하루가 멀다고 찾은 곳이다. 일명 짜글이 김치찌개라고 돼지고기 조금과 김치가 전부인데 막걸리를 시키면 김치와 나물은 무한 공급된다. 막걸리 욕심이 많고 안주는 더 먹고 싶은데 호주머니 사정은 별로 일 때면 계속 김치만 넣고 계속 끓인다. 인정 많은 주인 아주머니는 얼른 눈치채고 서비스로 돼지고기를 더 넣어주고 내 얼굴을 기억하고 외상까지 주신다. 꽐라 상태로 집에 가면 큰형님께 혼날 것이 뻔해서 볏단 속에서 자고 등교한 적도 있다.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랄 수 있도록 해 준 부모님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세련된 유랑 인생을 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