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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보물찾기
작성자
이*희
등록일
2024.09.30
조회수
438

 가끔 수업 중 아이들에게 질문을 한다. '나의 보물은 무엇인지'를.  그런데 오늘 저녁 나는  평소 자주 하던 스스로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내지 못했다. 3회기의  단기 저녁 강의가 있어 참여했다.  아이스브레이킹 타임에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항목이 있었다.  주어진 열 개의 항목을 보면서 짝꿍이 질문을 하면 대답하는 형식이었다.   '나의 보물' 을 말하는 부분에서 그만 멈춰 버렸다.   아홉 개 항목은  순순하게 대답을 했는데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머릿속에서는 아른거리는 데 보물급에 해당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았다.  뭘 말해야 할지 생각이 아득해졌다.  보물보물보물....  아무리 생각해도 보물이 떠오르지 않았다. 숱한 정보가 망라돼 있는 휴대폰도 중요하지만 보물이랄 정도의 등급은 아닌 것 같았다.  사진, 편지 등을 떠올려 봤지만 맘에 들지 않았다. 아들이 첫 월급으로 사 준, 소위 명품백이라고 하는 것도 보물이라고 내세울 만큼의 가치는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물질적인 것 보다는 상징적인 것, 누구나 끄덕일만한 정말 괜찮은 그 무엇을 떠올렸지만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2인 1조 짝이 되어 서로 인터뷰 하는데 시간도 한정돼 있다. 짝꿍은  채근하진 않았지만 너무 시간을 끌 수도 없었다.  결국 짝꿍은 '그냥 휴대폰 해요'라고 했고 시간이 촉박한 나머지 나도 그만 수긍하고 말았다. 

보물보물....나의 보물은 뭘까.  그 시간 이후로 숙제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물질적인 것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해 봐야겠다.  그것들 중에서 반드시 보물이 숨어있을 거다. 가령 강아지와 산책하는 시간, 비오는 날 내린 커피를 마시며 빗방울에 시선 따라가 보기, 나비가 날갯짓하며 꽃에 앉고, 잠자리가 하늘하늘 풀잎에 앉는 것 관찰하기, 노을이지는 모습 가만히 지켜보기, 푸른 가을 하늘 아래 기기묘묘한 구름 모습 관찰하기, 구순의 엄마가 이야기할 때 서로  눈 마주친 채 끝까지 이야기 귀기울이기, 엄마가 갓 짜보내주신 들기름 향 맡기.....생각해 보니 정말 나의 보물은 쌓이고 쌓여 보물탑도 쌓을 수 있겠다.  이때껏 그 숱한 보물을 생각지 못했을 뿐인 것이다. 

이제라도 보물을 찾았으니 잘  간수해야겠다. 돈으로 살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나의 보물들은 결국 나로부터 비롯된 것들이 참 많다. 앞으로는 나의 보물찾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고민해야겠다. 지금 나의 보물을 말한다면 '해질 무렵 가을하늘 그리고 노을 자주 바라보기'를 정하고 싶다. 보물을 지켜보는 일만 해도 나의 삶은 훨씬 더 풍성해 질 것 같다.  찾았다, 진정한 나의 보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