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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찾기
작성자
이*희
등록일
2024.09.30
조회수
259

나는 가끔 아이들에게 질문을 한다. '나의 보물은 무엇인지'를.  그런데 오늘 저녁 나는  평소 자주 하던 스스로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내지 못했다. 저녁에 무료 강의가 있어 갔다가 아이스브레이킹 타임에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 있었다. 10여개의 항목 중 하나가 '나의 보물'을 쓰는 게 있었다.  앞뒤로 순순하게 대답을 했는데 이 항목에서 콱 막혔다.  보물보물보물....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보물이 떠오르지 않았다. 숱한 정보가 망라돼 있는 휴대폰도 중요하지만 보물이랄 정도의 등급은 아닌 것 같았다.  사진, 편지 등을 떠올려 봤지만 맘에 들지 않았다. 아들이 사준, 소위 명품백이라고 하는 것도 보물이라고 내세울 만큼의 가치는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물질적인 것 보다는 상징적인 것, 누구나 끄덕일만한 정말 괜찮은 그 무엇을 떠올렸지만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2인 1조 짝이 되어 서로 인터뷰 하는데 시간도 한정돼 있다. 짝꿍은  채근하진 않았지만 너무 시간을 끌 수도 없었다.  결국 짝꿍은 '그냥 휴대폰 해요'라고 했고 시간이 촉박한 나머지 나도 그만 수긍하고 말았다. 

보물보물....나의 보물은 뭘까.  그 시간 이후로 숙제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가볍게 생각하기로 했다. 뭔가 물질적인 것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해 봐야겠다. 그 것들 중에서 반드시 보물이 숨어있을 거다. 가령 강아지와 산책하는 시간, 비오는 날 내린 커피를 마시며 빗방울에 시선 따라가 보기, 나비가 날갯짓하며 꽃에 앉고, 잠자리가 하늘하늘 풀잎에 앉는 것 관찰하기, 노을이지는 모습 가만히 지켜보기, 푸른 가을 하늘 아래 기기묘묘한 구름 모습 관찰하기, 엄마가 이야기할 때 서로  눈 마주친 채 끝까지 이야기 귀기울이기, 엄마가 갓 짜보내주신 들기름 향 맡기.....정말 나의 보물은 쌓이고 쌓여 있다. 다만 그 보물을 지금껏 생각지 못했을 뿐인 것이다. 

이제라도 보물을 찾았으니 잘 관리하고 간수해야겠다. 돈으로 살 수도, 만질 수도 없는것들도 있지만 나의 보물들은 결국 나로부터 비롯된 것들이 참 많다. 앞으로는 나의 보물찾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고민해야겠다. 지금 나의 보물을 말한다면 '해질 무렵 가을하늘 그리고 노을 자주 바라보기'를 정하고 싶다. 보물을 지켜보는 일만 해도 나의 삶은 훨씬 더 풍성해 질 것 같다.  찾았다, 진정한 나의 보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