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있던
“이리 와 봐, 케이스 이거 새건데 줄게, 맞으면…….”
엄마의 그 말씀에 방에서 부리나케 거실로 나왔다.
식탁 위에는 세 개의 휴대폰 케이스가 있었고 보자마자 마음에 드는 한 개가 있어서 잡고 다시 방으로 향했다.
오래된 케이스에서 그제야 나오게 된 내 휴대폰.
새 원피스를 맞으러 가는 설렘을 느낀다. 왜 내가?
나는 가지고 온 새 케이스에 휴대폰을 넣었다.
‘잘 들어가겠지?’ 의심 없이.
…….
내 휴대폰. 새 케이스에 몸 한 번 껴보지 못하고 케이스를 막아서고 있을 뿐.
다시, 오래된 케이스로…….
꼭 며칠 전 내 모습 같았다. 새 원피스가 온 날 설레며 입었을 때 옷에 몸을 억지로 집어넣는 듯한……. 아픔. 슬픔.
결국 그 원피스는 장식으로…….
살을 빼겠다 말만 해대는 내가 생각났다. 결국 그 새 원피스를 벗고 입고 있었던 옛 옷을 다시 입었던 며칠 전의 내가…….
벗어날 수 없는 오랜 잘못된 습관 속으로 쏙, 다시 옛사람으로 쏙 빨려 가듯 내 휴대폰도 다시 오래된 케이스로…….
휴대폰도 주인 닮아 비대해져서…….
씁쓸함이 매캐하게 나를 감쌌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노래도 스쳤다.
“강물은 흘러갑니다.”
이 한 구절이…….
더불어, 날 닮아 살을 뺄 수 없었던 내 휴대폰을 위로하며, 다시 케이스를 갖다 드리며…….
덧붙여 흥얼거렸다.
“기회는 날아갑니다.”
옛 옷 이젠 떨치고 새 옷 입을 기회였었는데……. 그냥, 미안하다. 휴대폰아. 네 사이즈를 모르고 있던 내 탓이지, 뭐…….
“조만간 네 사이즈에 딱 맞는 케이스 사줄게.”
읊조리며 방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