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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엔 근사한 사람이 한 명 있다
작성자
이*진
등록일
2024.10.21
조회수
16

내 곁엔 근사한 사람이 한 명 있다

 

 

  내 곁엔 근사한 사람이 한 명 있다.

 

  조카. 열세 살, 내 조카.

 

  조카가 서너 살 때쯤 때 이야기, 이것으로 조카는 내 마음의 첫눈이 되었다. 근사한 사람.

 

  엄마께 들은 이야기. 마음에 각인되어 아직까지도 잊지 못하는 일.

  

  그 당시.

  조카가 아파서 병원에 갔었던 것까지만 알고 있었을 때 엄마께서 그 뒷이야기를 해주셨다. 이렇게.

 

  “기쁨이 아파서 병원에 갔었잖아.”

  “.”

  “진료 끝날 때쯤에 의사 선생님께서 기쁨이에게 이렇게 말했대. 우리 기쁨이, 아이스크림 먹지 마세요. 그리고 혹시 엄마나 아빠, 주변 사람들이 아이스크림 먹으면 기쁨이가 못 먹게 말려야 돼요.”

 

  여기까지 듣고 난 웃음이 지어졌다.

  ‘우리 기쁨이는 어떻게 행동할까? 말리긴 할 것 같은데.’

  이렇게 생각하며. 기대했다.

 

  “자기 엄마가 아이스크림 먹으니까 얘가.”

  “.”

  “‘안 되는데, 안 되는데.’ 하며 엄마를 말리더래.”

  역시, 조카의 모습이 그려져 웃음이 지어졌다. 귀여운 조카.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의사 선생님이 먹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러면 안 된다고 하셨는데. 엄마 아이스크림 먹으면 감기 걸려서 안 되는데.’ 이렇게 얘기하더래.”

  역시, 난 웃음이 났다. , 귀여워.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엄마의 말씀이.

  “그런데 그 얘기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울먹이면서 안절부절못하면서 하더란다.”

 

  웃음이 거둬졌다. 더는 웃을 수가 없었다.

  ‘우리 조카, 진심이잖아.’

 

  그 어린아이, 서너 살이면 기저귀를 하고 있을 때 아니었을까. 대소변도 아직 가릴 수 없을 만큼 어린애가 절제를 안다? 절제를 한다?

 

  더 이상, 난 웃을 수가 없었다.

  우리 조카는 서너 살 때 절제를 알았다. 높고 맑다, 성품과 행실. 없다, 탐욕.

 

  엄마가 아이스크림을 드실 때 서너 살 그 나이대의 아이라면, 내가 아는 한, 그 할 말은.

  “엄마, 저도 주세요.”

  “나도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

  이런 말들일 텐데.

 

  우리 조카는 흔들림이 없다.

  의사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

  “아이스크림 먹지 마세요. 엄마나 아빠, 주변 사람들이 아이스크림 먹으면 기쁨이가 못 먹게 말려야 돼요.”

  이 말씀들을 마음 깊이 넣어 실행한 기쁨이.

  경청, 실천할 줄 아는 어린 조카에게서 나는 절제를 다시 학습했다.

 

  ‘의사 선생님이 먹지 말라고 하셨는데.’

  들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으며.

  ‘그러면 안 된다고 하셨는데.’

  지켜야 할 말을 기억하고 있었으며.

  ‘엄마 아이스크림 드시면 감기 걸리셔서 안 되는데.’

  자신 아닌 타인을 위한 관심까지 겸비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말엔 애달픔까지 담았었다.

  그 말을 하기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울먹이면서. 안절부절못하면서.

 

  어떻게 세 살 아이가 이럴 수 있을까.

  지금 다시 생각해도 놀랍고 대단하다.

 

  어쩌면 나는 지금도 할 수 없는 행동일지 모른다.

  난. 경청해야 할 것도 흘려들을 때 많았으며, 한다 호언장담 해놓고 지키기 어려워했던 일들 여럿 있었으며, 다른 이를 위해 진심 어린 충언은 거의 하지 않았었고.

  그것이 지금도 다르지 않기에.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기에.

 

  성품: 높고 맑음

  행실: 높고 맑음

  탐욕: 없음

  우리 조카.

 

  하지만 나는.

  “살 빼야지.”

  “밥 먹고 소화 시킨 후에 꼭 운동을 해 보자.”

  “과자 먹지 말자. 아이스크림 멀리하자.”

 

  나 자신과의 이 약속들. 다짐들.

  물거품 되기 일쑤였으며, 심지어는.

  운동까지 다 하고 체중계 위에 올라가 감량된 것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식탁 위에 먹다 남은 떡볶이를 보고 거리낌 없이 손을 뻗었다.

  “이거 먹는다고, .”

  “다이어트? 내일부터.”

  하지만 내일은 있을 리 없으니까.

 

  결국, 떡볶이를 앞에 둔 괴로움 끝 나온 끝말은.

  “모르겠다, 먹자.”

 

  성품: 낮고 탁함

  행실: 낮고 탁함

  탐욕: 넘침

  이게, 나였다.

 

  반면, 우리 조카.

  기저귀를 차며 아직 대소변을 가릴 수 없던 어리디어린 조카의 말.

  이것은.

  아직도 절제를 터득 못 한 내가. 가끔, 멈춰 서서 이건 아니지 않나?’ 자문할 때 꺼내 듣는 노래가 되었다.

  절제. 아직 낙제생이지만 학습해갈 의향과 의지, 있다. 적어도 그 성품이 높고 맑은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라도.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음. 탐욕이 없음. 내 조카.

 

  앞으로도 꺼내 읽을 그날. 우리 조카에게서 절제를 익힌 날.

 

  사랑하는 조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