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지독하게 밥도 안 먹고 몸도 약했던 큰 아이. 다행히 얼굴에 볼살이 있어 통통해 보였다. 여름이 되면 팔다리를 본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말랐냐고 묻는 게 일이었다. 청소년기가 되어도 짧은 입은 절대 길어지지 않았다. 입맛이 당길까 싶어 약을 지어 먹어봐도 별 소용이 없었다. 대학을 가고 군대를 가면서 몸이 좀 나아졌다. 살은 안 쪘지만 나름 운동을 하고 관리를 한 덕분인 것 같았다.
엊그제 가족 톡방에 불쑥 사진이 올라왔다. '2024 긍정의 힘 효도밥상 마라톤' 10km 00:47:35.56 완주 000. 결코 짧지 않은 거리를. 그것도 47분 만에 완주한 것이 놀라웠다. 얼마나 빠른지 기준은 알 수 없었지만 여하튼 엄청 빨리 완주한 것만은 분명했다. 형의 완주 기록을 보고 둘째 아이가 대단하다며 부연 설명을 톡에 달았다. 일반 남성 기준으로 열심히 달리면 50분대인데 아주 훌륭하다고 했다. 스스로 체력 단련의 필요성을 느끼고 몸도 만들고 건강도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아 대견하다. 그런데 참 희한하다. 그토록 안 먹어 걱정했던 아들이 장성하여 '효도밥상 마라톤'이라는 타이틀의 마라톤에 도전하다니....마라톤 10km를 단시간에 완주했으니 효도 한 거 맞구나. 그러니 앞으로 밥 많이 묵거라~